수학의 언어를 이용해 보이는 증명과 우리가 평소에 쓰는 언어로 적어 내려간 글쓰기가 유사한 점은 그것이 한 사람의 사고방식을 보여준다는 데에 있다. 다음 줄에 적어야할 논리적인 과정이 보이지 않는 것은 생각의 길이 막혀있다는 것이다. 내가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을 가지고 최대한의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민해야 하며 그 고민이 길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는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남들이 봤을 때 이 증명이 아름답지는 못하더라도 자명해보여야 한다. 우선 나부터 납득시키지 못하면 타인에게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사고를 잘 정리하는 것이 우선과제인 것이다.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것은 어떤 특별함도 부여받지 못한다. 내가 생각한 내용을 분명하게 나타내야만 한다. 그런 면에서 수학의 언어는 놀랍도록 차갑다. 다음 절의 내용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제 조건들을 계속해서 제시해라. 그렇지 않으면 너의 논리는 비약이고 근거가 없으므로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기에 서투를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정말 사고를 다르게 할 수 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많은 해석학 교재 머릿말에서 저자들이 써 놓는 말들처럼.
글쓰기도 그러하다. 아무리 길게 써놓아도, 자기 딴에는 아름답고 좋은, 이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데 일조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해도 그것을 읽는 사람들이 괴롭고 전혀 납득할 수 없다면, 심지어 글쓴이 자신도 무엇을 말하는지도 모른다면 그것은 쓸모 없는 글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글쓰기 기술이 아니라 사고라고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다. 중언부언하지말고 한 문장 한 문장의 상태 그리고 그 문장 간의 긴밀한 연결을 중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