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30일 금요일

불확실성에 대하여

인간이 취하는 선택이라는 것이 사실 확실한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얼마 없다. 그렇기 때문에 보험이나 선물같은 금융상품도 출현한 것이고 우리에게 불안감이 항상 내재해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불확실성과 위험 이론은 굉장히 흥미롭고 계속 공부해보고 싶다. 무지 어렵긴 하지만 말이다.
기존의 선호체계에 의한 효용함수와 예산선을 이용한 소비자 선택에서는 불확실성이 고려되지 않는다. 즉 확률이 100%인 것이다.
여기에 불확실성의 개념이 들어오면 확실한 상태란 없어지고 만다. 내일 온도가 10도 이하이면 고구마 장사로 10만원을 벌 수 있을텐데, 그렇지 않으면 3만원밖에 벌지 못한다. 나는 그런 상황에 대비해 옆의 감자장사 하는 사람과 거래를 예비해놓는다. 그는 내가 10만원 벌 때 3만원을 벌고 내가 3만원을 벌 때 10만원을 번다. 그렇기 때문에 각 상황에 대해 서로가 가진 것을 교환하겠다는 약속으로 지금 둘은 미리 거래를 한다. 여기에 기대효용이라는 개념이 들어온다. 각 상황에 처할 확률에 따라 각자의 효용이 달라지기 때문에 효용은 확률의 기대값에 의존한다. 예전처럼 Max U를 통해 극대화를 하는 것이 아닌 Max E(u) 처럼 기대효용을 극대화 한다. 이런 식으로 새로운 형태의 효용함수와 예산선을 통해 기존의 일계조건을 이용하여 균형가격과 자원배분을 구하게 된다.
이런 기본적인 모형에서부터 시작해 금융자산 가격 결정모형에 이르기까지  확률이 가미되면 한도 끝도 없이 복잡해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또 현실에 좀 더 가까워지는 것이기도 할 터이니, 현실에 가까워질 수록 모형화하기는 정말 어려워지는 것이다.

뒷걸음질 치기

남들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길이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해주고 뿌린만큼 거둘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온통 불확실성으로 점철되어 있지만 지금의 세태에 자신을 끼워 맞추기가 죽기보다 싫기에 혹은 단순히 남들이 하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에서 그 어려운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그런 길을 가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어찌보면 쉬울 수 있다. 관습적으로 인정되는 것을 비꼬고 안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니까. 하지만 자신이 택한 그 길을 실제로 따라가는 삶을 생각해보자. 과연 그 길에는 과거에 자행했던 선택에 대한 만족과 자부심이 남아있을 것인가. 세상의 모진 풍파에 맞서 결국은 그 길을 굳건히 지켜내고 또한 넓혀나감으로써 더 많은 사람을 동지로 삼아 자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려면 단순히 결심만으로는 안될 것이다. 주류의 삶에 동참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그것이 얼마나 달콤하고 편안한 길인지를 반증하는 것이다. 그 모든 유혹들을 뒤로 하고 그가 생각했던 길의 끝에 도달했다. 그는 후회하지 않을 것인가. 내가 정말 잘했노라고 뒤를 돌아보며 말할 수 있을까. 우리 눈에 보이는 눈 앞의 현상들은 이런 걸 절대로 말해주지 않는다. 자유로운 선택에 대하여 참다운 자유를 고민하는 사람은 그 자유로 인해 남들보다 배로 괴로운 지도 모르겠다. 네 꿈을 펼쳐라 라는 말은 자라나는 세대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경구일까 아니면 그를 시궁창으로 몰아넣을지도 모르는 무책임한 사주일까.
내가 가진 것들, 내가 속해 있는 상황에 대해 솔직해지기 그리고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나의 유한함을 깨닫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이다.

2015년 10월 11일 일요일

공부하면서 드는 잡생각들.

1. 문제는 미시다.
여러 과목들 100%는 아니어도 어느정도 내 것으로 만들어 가면서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고 납득하고 있는데 미시는 할 때마다 진짜 난해하다. 왜 뒷부분을 보통 미시경제학 시간에 안가르치는지 알 것 같다. 교재 전체적으로 보면 적은 부분이지만 그 안에서 균형이나 최적을 따지려면 이제까지 배웠던 걸 총동원 하면서 새로운 개념을 적용해야 되니까 너무 받아들이기가 어려운데다가 여러 복잡한 노테이션들까지 더해지니 아주 설상가상이다. 문제가 쉬운데 내가 복잡하게 생각하는 건지 문제가 어려우면 파라미터들 좀 줄여주고 숫자좀 깨끗하게 해주시지 정말 풀면서도 맞게 하고 있는건지 알 수가 없고 그 숫자들 안에 파묻히면 도대체 내가 하고 있는게 경제학이 맞는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항상 이런 수학적인 부분이나 증명/정리들을 볼 때 그 자체를 파악하면서도 우리가 알아야할 본질적인 부분, 원론 시간 때부터 배웠던 것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혹은 수식에서 그런 것들이 어떻게 도출된 것인지 생각해봐야 중심이 흔들리지 않을텐데 그냥 아무생각 없이 수에 파묻히다 보니 그런 것은 생각할 겨를이 없다. 이래서 수학적인 능력이 탁월하면 경제학 할 때 편하다고 하는가보다. 아무튼 어쩌겠는가. 이미 쏟아진 물, 걸레로 닦아서 컵에 다시 담아보려는 노력이라도 해야지.

2. 수학용어나 여러 학술적인 용어들을 책에서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정말 와닿지 않는 한자어들을 잘도 갖다붙인 것 같다. '이산'이라는 말만 봐도 대체 이게 무슨의미인지 확 와닿지도 않는다. discrete 이러면 참 멋져보이는데 말이다. 그래서 교수님들도 보면 다 영어로 말하고 그러지 어려운 한자어는 그들도 잘 모르더라. 궁금한 것은 왜 그럼 일본놈들이 지들 멋대로 번역해 놓은 것들을 바꾸려는 노력조차 없는 것일까. 협회, 학회 등에서 만나면 그런 것좀 했으면... 용어부터 자체적으로 만들어 나가려 해야 학문적으로도 독립적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지금처럼 외국 추세에 그대로 편승하기보다는. 뭐 그냥 잡생각이다.

2015년 10월 9일 금요일

노년의 쿨함

△<인턴> 미국 포스터. 한국 것과 다르지 않구나.

 영화를 볼 때 관심둬야 할 것으로 다른 것들도 많겠지만 보통 스토리나 연출방식 혹은 대사 라인 하나하나가 감상자의 머릿 속에 꽂힐 것이다.
<인턴>의 경우 한 인물이 영화 전체를 지배한다. 자칫 평범해질 수 있는 영화를 특별하게 만들어 준 것은 로버트 드니로이다.
영화에서 드니로는 주연이자 때로는 조연이고 또한 이 영화가 가진 주제 그 자체이다. 드니로는 극중에서 은퇴한 70세의 노인으로 분한다. 그는 안정된 삶을 누리고 있고 은퇴생활을 여유롭게 즐기지만 무언가하나가 빠진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반 평생을 몸 담았던 직장에서의 생활이 빠진 것이 아무렇지 않을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던 중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앤 해써웨이가 사장으로 있는 회사에서 낸 senior internship 채용공고를 통해 70대 노신사와 젊은 여자CEO가 만나게 되어 생기는 일이 영화의 내용이다.

이 영화가 독창적인 구조나 컨셉 등을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 내에서 일어나는 바쁘고 활기찬 분위기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보는 듯 하기도 하다(주인공마저 같다).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지극히 정석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으며 중간중간의 유머코드들도 그다지 새롭지 않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드니로가 말단의 인턴의 입장에서 어떻게 다른 인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어떤 자세를 취하는지를 보는 것이 이 영화의 묘미이다. 이 노인은 너무나 빨라진 이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그간의 경험을 통해 아주 능숙하게 일처리를 하며 사원들의 고민들을 모두 해결해주는 키다리아저씨 같은 인물로 변모해 간다. 바로 이러한 점들 때문에 영화 내내 그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Cool함이 단순히 무책임하고 남들 신경안쓰는 태도를 의미하는 것 같은 이 시대에 드니로가 보여주는 cool함은 모두를 아우르며 그의 존재감을 각인시킨다.

드니로는 분명 영화의 주연이지만 인물들 간의 관계에서 봤을 때 전혀 주연이 아니다. 그는 모두에게 조연이다. 언제나 그렇다. 그는 옆에 있는 사람을 치켜주지 자기를 높이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마치 전장에서 없어서는 안될 참모처럼 사람들의 간지러운 부분을 정확히 터치해 준다. 격식을 차릴 줄 알고 묵묵히 자기의 자리를 지키며 오해를 받아도 먼저 숙이고 들어가는 참된 신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의 인물을 보며 외양이 아닌 다른 것에 감탄하기는 쉽지 않은데 정말 그의 대사의 톤부터 몸짓까지 배우지 않아야 할 것이 없게 느껴진다. 그만큼 로버트 드니로는 연기를 잘해냈다. 어쩌면 그의 실생활이 그러하기 때문에 그렇게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본 영화였는데 가벼운 오락영화이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작품이었다. 물론 모든 대사에 동의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70살 쯤 먹어서 내 신념 뚝심 있게 지키면서도 나이 불문하고 동료들과 이웃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으면 얼마나 뿌듯할까.

현실은 지하철 노약자석일라나... 그래도 한 살 한 살 나쁘지 않게 먹어가고 있다.

2015년 10월 1일 목요일

내게 단조성은 없다

흔히 경제학이 그렇듯이 미시경제학에서도 가정이 정말 많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라면 '단조성'이 있을 것이다. 효용의 단조성(monotonicity)으로 인해ㅡ물론 한계효용이 체감하긴 하지만ㅡ 우리는 재화 하나를 더 사면 효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내 소득인 I=p1x1+p2x2+.... 가 주어졌을 때 효용 u(x1,x2, ...)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모든 소득 I를 다 써야하는 것이다.
그러나 소득을 벌자마자 다 쓰는 사람들은 없다. 투자도 하고 나중을 위해서 괜히 쌓아둔다.
단조성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나도 그렇다. 정말 사고 싶은 게 많다. 이것저것 필요한 것도 많고 사도 후회는 안할 것 같다. 그런데도 내 통장잔고를 0으로 만들 수가 없다. 돈 버는 게 아닌 룸펜 생활을 하고 있으니 예비자금이 없는 것은 항상 불편함을 야기한다. 돈을 물건으로 만들어서 얻는 효용보다 돈이 줄어듦으로 인해 감소하는 효용이 더 큰 것일까. 모르겠다. 하고 싶은 걸 하면 좋긴 할텐데 그 이후엔 더 큰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니. 정말이지 궁상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