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1일 목요일

내게 단조성은 없다

흔히 경제학이 그렇듯이 미시경제학에서도 가정이 정말 많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라면 '단조성'이 있을 것이다. 효용의 단조성(monotonicity)으로 인해ㅡ물론 한계효용이 체감하긴 하지만ㅡ 우리는 재화 하나를 더 사면 효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내 소득인 I=p1x1+p2x2+.... 가 주어졌을 때 효용 u(x1,x2, ...)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모든 소득 I를 다 써야하는 것이다.
그러나 소득을 벌자마자 다 쓰는 사람들은 없다. 투자도 하고 나중을 위해서 괜히 쌓아둔다.
단조성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나도 그렇다. 정말 사고 싶은 게 많다. 이것저것 필요한 것도 많고 사도 후회는 안할 것 같다. 그런데도 내 통장잔고를 0으로 만들 수가 없다. 돈 버는 게 아닌 룸펜 생활을 하고 있으니 예비자금이 없는 것은 항상 불편함을 야기한다. 돈을 물건으로 만들어서 얻는 효용보다 돈이 줄어듦으로 인해 감소하는 효용이 더 큰 것일까. 모르겠다. 하고 싶은 걸 하면 좋긴 할텐데 그 이후엔 더 큰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니. 정말이지 궁상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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