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9일 금요일

노년의 쿨함

△<인턴> 미국 포스터. 한국 것과 다르지 않구나.

 영화를 볼 때 관심둬야 할 것으로 다른 것들도 많겠지만 보통 스토리나 연출방식 혹은 대사 라인 하나하나가 감상자의 머릿 속에 꽂힐 것이다.
<인턴>의 경우 한 인물이 영화 전체를 지배한다. 자칫 평범해질 수 있는 영화를 특별하게 만들어 준 것은 로버트 드니로이다.
영화에서 드니로는 주연이자 때로는 조연이고 또한 이 영화가 가진 주제 그 자체이다. 드니로는 극중에서 은퇴한 70세의 노인으로 분한다. 그는 안정된 삶을 누리고 있고 은퇴생활을 여유롭게 즐기지만 무언가하나가 빠진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반 평생을 몸 담았던 직장에서의 생활이 빠진 것이 아무렇지 않을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던 중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앤 해써웨이가 사장으로 있는 회사에서 낸 senior internship 채용공고를 통해 70대 노신사와 젊은 여자CEO가 만나게 되어 생기는 일이 영화의 내용이다.

이 영화가 독창적인 구조나 컨셉 등을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 내에서 일어나는 바쁘고 활기찬 분위기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보는 듯 하기도 하다(주인공마저 같다).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지극히 정석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으며 중간중간의 유머코드들도 그다지 새롭지 않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드니로가 말단의 인턴의 입장에서 어떻게 다른 인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어떤 자세를 취하는지를 보는 것이 이 영화의 묘미이다. 이 노인은 너무나 빨라진 이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그간의 경험을 통해 아주 능숙하게 일처리를 하며 사원들의 고민들을 모두 해결해주는 키다리아저씨 같은 인물로 변모해 간다. 바로 이러한 점들 때문에 영화 내내 그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Cool함이 단순히 무책임하고 남들 신경안쓰는 태도를 의미하는 것 같은 이 시대에 드니로가 보여주는 cool함은 모두를 아우르며 그의 존재감을 각인시킨다.

드니로는 분명 영화의 주연이지만 인물들 간의 관계에서 봤을 때 전혀 주연이 아니다. 그는 모두에게 조연이다. 언제나 그렇다. 그는 옆에 있는 사람을 치켜주지 자기를 높이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마치 전장에서 없어서는 안될 참모처럼 사람들의 간지러운 부분을 정확히 터치해 준다. 격식을 차릴 줄 알고 묵묵히 자기의 자리를 지키며 오해를 받아도 먼저 숙이고 들어가는 참된 신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의 인물을 보며 외양이 아닌 다른 것에 감탄하기는 쉽지 않은데 정말 그의 대사의 톤부터 몸짓까지 배우지 않아야 할 것이 없게 느껴진다. 그만큼 로버트 드니로는 연기를 잘해냈다. 어쩌면 그의 실생활이 그러하기 때문에 그렇게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본 영화였는데 가벼운 오락영화이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작품이었다. 물론 모든 대사에 동의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70살 쯤 먹어서 내 신념 뚝심 있게 지키면서도 나이 불문하고 동료들과 이웃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으면 얼마나 뿌듯할까.

현실은 지하철 노약자석일라나... 그래도 한 살 한 살 나쁘지 않게 먹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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