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12일 월요일

이등병의 귀환

1. 나의 인생에 대해 한 번 더 응원메세지를 남기며 또 한 번의 막을 올리며 기록을 남깁니다.

2. 앞으로 얼마나 더 이 회사에 다닐지는 모르겠지만, 또래의 평균으로 봤을 때 늦지 않은 나이에 취업에 성공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같던 내 일상은 내일 처리할 일을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한 고민으로 채워지고 있다.
입사 후에도 한 동안은 나를 찾을 수 없는 공동생활이었고, 그 몇 주 동안 무언가에 홀린 듯 취해있던 나는 서서히 정신을 차리고 내 인생과 일을 분리해나가고 있다.

3. 일을 배워나가고, 위에서 맡겨주신 일을 하나 하나 해결해나가는 것이 재밌다. 그렇다고 상사 분들이 대책없이 야근을 하는 분들도 아니고 적당하게 집에 가주시는 것도 좋다.
관료제라는 것이 결국은 규칙의 연속이고, 그것들을 파악해나가며 비효율적으로 생겨먹은 조직의 생리를 깨닫고 있다.

4. 교육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여서, 장님 코끼리 만지듯이 여기저기를 뒤져가면서 업무의 성격을 파악하고 있다. 그러면서 신기한 것도 많고, 알고보면 쉬운 것 같은데 처음부터 끝까지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보니 더 어려워지는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무엇보다 기초를 튼실히 해야 앞으로도 고장나지 않을텐데, 또 같은 돈 받으면서 야근까지 해가며 공부를 하고 싶지도 않다. 어차피 그냥저냥 살아갈 인생인데 월급 더 주는 회사로 옮겨볼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내게 그럴 의지가 없는 것을 나 자신이 너무 잘 알고 있다.

5. 이제 그럼 안분지족의 timing이 찾아온다. 조직이 정의해주는 나가 아닌 나는 어떻게 살아갈지를 생각하게 된다. 적어도 인간다운 나, 이제껏 보고 살았던 그저그런 어른들과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을 한다. 그러나 퇴근을 하면 몸뚱이는 더할나위 없이 무거워지고 움직이느니 뭔가를 먹거나 마시는 것이 훨씬 편하게 된다. 이렇게 나도 똑같은 아재가 되어갈까라는 생각이 다다르면, 젊었을 때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고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6. 집에서 쉬고 싶지만 사람들 만나서 웃고 떠들고 싶고,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고 싶다. 어쩌면 본래의 나와는 다른 길로 가야만 새로운 행복을 얻을런지도 모른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 앞에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답들은 더 이상 내 앞에 두지 않기로 했다. 타인들의 대답은 결국 각자 마주한 현실에서 꾸민 것들이라는 걸 이제는 어렴풋이 알게 됐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인생 사는 법에 그다지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된 것 같다. 내가 가진 감, 내가 가진 느낌대로 살아도 될 것 같다. 지금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