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25일 목요일

2015 봄학기를 마감하며

 이번 봄학기 동안 태풍의 눈에 들어가 있었던 것 같다. 조금만 긴장을 늦춰도 휩쓸려 갈 것 같은, 그만큼 한 시도 나를 놓고 있을 수 없었고 이래서 사망년 사망년 하는구나 하는 사실을 조금 깨달았던 학기였다.
항상 시작할 때는 포부도 크고 이루고 싶은 것도 하나씩 둘 씩 생각해보면서 여러가지 꿈을 꾸는데 끝날 때쯤 되면 뭐든 될대로 되라지라고 생각하며 마무리하게 된다. 뭔가를 이루는 사람과 그 문턱에서 서성대는 사람들의 차이란 이런걸까.
아쉬움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다.  어딘가에 투자할 때는 결과로 얻고자 하는 보상이 있기 마련이다. 공부를 하고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즐거웠고 그것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나를 만족시키고 싶지만 성적표에 찍히는 다채로운 문자들(대체로 뾰족했으면 좋겠는데) 을 보면 1학기 동안 시험의 스트레스 외에도 분명히 누릴 수 있었던 학문적 즐거움들은 저만치 먼 곳으로 내보내게 된다. 좋은 강의를 듣고 있고 내게 도움이 되는 것이 분명하다는 느낌 외에 내가 정말 잘하는 구나, 내가 성적으로 교수에게 인정받았구나, 하는 경험을 하고 싶다. 전공에 대해 좋아하고 공부하는 것에 100%는 아닐지언정 다른 활동을 하는 것만큼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데 결과가 그만큼 따라주지 않으니 답답한 마음이 든다.
내가 공부했던 습관을 돌아보고 내가 정말 좋은 결과를 얻기위해 제대로 하였나를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공부에도 전략이 있고 더 높은 학습능률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나는 아직도 'input을 100만 개 넣으면 그 중 100개라도 건지겠지'라는 식의 안일한 생각으로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아직도 중,고등학교 시절의 학습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 군대 갔다와서 머리는 더 굳었는데 방법적 측면에서도 더 나아진 건 없어 보인다. 수업을 들을 때나 공강 시간에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나 분명 앉아 있었고 졸았던 것 아닌데 생각해보면 그 시간동안 정말 내가 그것을 알기 위해 노력했던가 모르는 것에 대한 집요함이 있었나 생각해보자.
이해를 했다면 남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물어보더라도 쉽게 설명해주고 내가 아는 것을 여러방식으로 제시할 줄 알아야 정말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시험의 형식들이 대부분 이런 것에서 벽에 부딪혔던 것 같다. 대학 시험이 다들 그렇지만 특히 경제학은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계속해서 물어본다. 설명해라. 답에 대한 근거를 대라. 문제의 솔루션으로 가는 것을 보여줘라 등. 한 학기 동안 내 뇌구조에 대한 답답함을 느꼈다. 분명히 어렴풋하게 이유를 알겠는데, 말로 표현하려면, 글로 그것을 체계적으로 보여주려면 항상 역부족이었다. 금융위기에 대해 다 알고 있고 어떤 흐름 때문에 그런 결과가 초래되었는지 알고 있는데, 막상 내뱉는 건 교과서 암기하는 것만도 못한 초등학생 스러운 문장들이다.
이번 방학동안에는 이런 것들을 중점적으로 해결하고 체계를 갖추는 노력을 해야할 것 같다. 진도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확히 알고 넘어가야 다음에 다시 또 똑같은 것을 보느라 헤매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내가 생각했던 바에 대해서 기록해놓자. 언젠가부터 귀찮아서 그런건지 기록하던 습관을 놓아버린 것 같다. 생각에는 정리가 중요하고 공부에는 마무리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그냥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안된다. 핵심을 파악하자. 내가 모든 부분에서 조금씩 부족한 건 그것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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