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6일 토요일
정상궤도로 가는 길
대만에 3박4일로 다녀왔다. 패키지 여행이라 별로 기대는 안했었는데 오히려 너무 더운 날씨 탓에 관광버스 타고 다니는 일정이 더 쾌적하고 좋았던 것 같다. 엄마랑 같이 다녀야 하니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던 것도 사실이고. 확실히 혼자 혹은 친구들이랑 여행 다닐 때는 모르는 길도 무조건 두 다리 믿고 가고 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무래도 어머니랑 있으니 행동거지에 많이 제약을 받게 되긴 했다. 어쨌든 앞으로 이렇게 둘이서만 어디 갈 일은 극히 드물텐데 모자간에 새로운 추억을 하나 만든 것 같아서 제대하고 나름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
대만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외관이 그리 세련된 곳이 아니었다. 나는 대만이 그래도 아시아의 4룡(맞나?)이라고 불렸으니까 우리나라처럼 여기저기 고층빌딩 있고 사람들도 깔끔하게 입고다닐 줄 알았다. 하지만 버스타고 가는 동안 건물들은 30년은 되어 보이는 노후함에 뭔가 고속도로나 길가에 다니는 차의 질(외제차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과는 어울리지 않는 조경이 눈에 띄었다. 사실 그건 대만이란 나라 자체가 외관에 딱히 신경을 안 써서 건물 리모델링의 필요성을 못 느껴서라고 한다. 20년 전 부강할 때 지어논 건물들로 쭉 가고 있는 중인 것이다. 그래도 타이베이 시내, 101타워 있는 곳에 가보면 우리나라 명동, 광화문 못지 않게 삐까뻔쩍 해 보였다. 땅값도 우리나라의 그 곳과 비슷하다고 한다. 대만도 인구밀도가 장난 아니게 높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는 대만을 싱가포르랑 비슷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여기도 중국이기에 중국스러운 느낌이 더 컸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는 일본과 중국의 느낌이 반반 정도로 나는 것 같다. 신호등의 아기자기함이라던지 가는 곳 마다 있는 패밀리 마트와 세븐일레븐, 고양이 마스코트 같은 것들을 볼 땐 일본적인 느낌도 많이 들었다. 도로교통 관련 벌금이 앵간하면 10000 타이완달러, 즉 36만원 쯤 한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교통이 혼잡해보여도 나름 질서정연하게 다니는 것 같았다. 오토바이가 많은데 신호대기 구간에 오토바이가 있을 공간을 따로 만들어 놓은 것이 재미있었다.
대만 사람들은 영어나 외국어를 별로 못하는 것 같았는데 그래도 어떻게든 도와주려는 표정이 눈에 보였다. 한 번은 내가 지갑을 놓고 버스에 탄 걸 알아서 다시 찾으러 가는데 그 사이에 점원이 찾아서 내게 갖다준 적도 있었다. 돈에 관심이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그렇게 직접 수고를 하면서까지 남을 생각하는 모습에 잠시 감명받았다. 똑같이 생겼어도 중국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 대만인들의 생활방식이다. 돈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 것은 대만인들은 돈이 없어도 없으면 없는대로 잘 산다고 한다. 건물 리모델링을 안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쓸데없이 낭비하지 않고 있는 범위 내에서 쓰며 사는 경제관념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화장실의 수도도 보면 대부분 한번 누르면 자동으로 나오고 꺼지는 식으로 되어 있었다. 작은 부분에서도 절약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에 가면 한국의 아쉬운 점을 많이 발견하는데 이렇듯 쓸데없는 에너지의 낭비를 피하는 모습은 정말 배울만 하다고 생각했다. 대만은 또 날씨가 엄청 더워서 여름이 되면 매일 에어컨을 풀 가동 시켜야 하는데 그렇게 해도 전기세가 한국의 절반 이하 정도밖에 안된다고 한다. 대만의 전기 생산구조와 전기회사의 재정상태는 잘 모르기 때문에 함부로 말하긴 그렇지만 비싼 전기세 내도 여름만 되면 에너지 대란이니 뭐니 하는 우리나라랑은 대비되는 부분인 것 같다.
대만은 작은 나라인데도 불구하고 볼 거리가 되게 많았다. 사실 타이페이 시내에서만 놀았으면 했는데 막상 여기저기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지형들을 보니 자연의 위대함과 신비함,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대만엔 생태학자나 지질학자들에게 좋은 연구자료들을 제공한다고 한다. 화련의 칠성담에서 드넓은 태평양을 직접 보니 눈으로 봤을 때는 동해나 서해의 바닷물과 다른 점은 많이 없었지만 그 광경이 정말 '방대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지형 특징상 대만은 우리나라의 것과 같은 해변이 남쪽을 제외하고는 없다고 한다. 모래 대신 자갈밭에 발이 푹푹 파였는데 그래도 바다를 가까이서 보고 싶어서 열심히 헤치고 가서 직접 눈으로 태평양을 볼 수 있었다. 또 태로각이라는 협곡은 강원도와는 게임이 안될만큼 가파르고 (정말 강원도보다 커브 심하고 경사 심한 길은 내 처음 봤다, 해외를 별로 안 돌아다녀봤으니 당연하긴 하다만.) 위험해 보였다. 낙석 위험이 크다 해서 오랜만에 헬멧도 썼다. 동굴을 간다고 해서 엄마는 긴팔을 입어야 된다고 호들갑을 떨었는데 그 동굴은 사람들이 손수 판 (사스가...중국인) 인공 터널이었기 때문에 그런 곳은 아니었다. 화련 말고도 예류 라는 곳은 바다 옆에 생긴 사막 같은 곳이었다. 버섯 같이 생긴 용암으로 인해 생긴 바위들이 곳곳에 있었는데 신기했다.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아무튼 날씨 탓에 제약요건이 너무 많아서 막 100% 만족스럽고 좋기만 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대만이 후진 나라는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배울만한 점도 있었고 가이드 분도 열심히 설명해주셔서 고마웠던걸로 기억한다. 죽을 때까지 또 얼마나 많은 곳을 돌아다녀 볼 수 있을까? 정기적으로 여행을 갈 수 있다면 성공한 삶이겠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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