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8일 일요일

선형적인 시간

 최근에는 동년배들(다 지인들이니까 아무래도 그럴수밖에)의 결혼식을 줄기차게 다녀왔다. 
막혀있던 예식장이 뚫리고 나서 아무래도 전국적으로 이시기에 혼례가 몰아쳐서 진행되는 것 같다. "결혼"을 유예하는 이 세대이다 보니, 결혼을 하는 것 자체가 뭔가 특별해보이고 남들은 하지 못하는 것을 그들은 해냈다는, 그런 느낌을 받곤 했다. 그만큼 우리는 결혼이나 헌신에 대해 굉장히 거리낌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세대이고, 나 하나만 살기도 힘든 세상에 입을 늘려 살아가겠다는 결심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마련인 것이다.

아무튼 아직 우린 기혼자보다는 미혼자가 많은 게 현실이다. 결혼식이 기형적으로 많아진 것을 보며 출산율 하락은 남 얘기가 아닌가 싶지만, 너도 나도 결혼한 20대를 찾아보면, 그리 많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이리 되다보니 어느덧 결혼하는 친구들을 꽤나 접하게 되었고, 이로부터 생기는 이질감은 적잖게 불편감을 안기곤 하는 것 같다. 

삶의 형태를 바꿀만큼의 경제적 안정을 누린 걸까?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삶은 어떨까? 같은 지역에서 초등,중등,고등 혹은 대학의 교육을 받았지만 몇 년이 흐른 지금 각자의 인생은 모두 다른 형태를 띄고 있기에, 누군가에겐 부러움을 누군가를 보면서는 안도감을 느끼기도 하는 그런 과도기에 놓여있는 시기이다. 이제 좀만 지나면, 친구들 사이에 떳떳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못할 사람도 생기겠지. 삶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한 해 한 해 살아가는 것만으로 무게를 더해가고 찝찝한 이물감을 안겨주는 지 모르겠다. 

우리의 시간이 선형적이 아니라 입체적이고, 이리저리 유동적으로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었다면 얼마나 간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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