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30일 토요일

우리들

 인간에 대해서 탐구할 수 있는 많은 방법들이 있겠지만 우리가 실생활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아무래도 직접 만나 서로 교제하는 것 같다. 한동안 안에 갇혀갖고 혼자서 생각하고 혼자서 남을 판단하곤 했었는데 그게 분명 잘못된 것이란 걸 또 한 번 깨달은 듯. 우리가 득도의 경지에 이르기 전까진 서로에 대해 알지 못한다, 말하지 않으면. 그걸 자꾸 까먹어서 말하지 않으려 하고 귀찮게 여기다가 관계가 황폐해지곤 했던 것 같다. 필요한만큼 표현하고 상대에 대해서도 궁금해해야 서로를 더 알 수 있는 것인데.

「Fault in Our Stars」




 죽을 고비에 처하지 않아도 삶의 소중함을 알고 약자를 배려하는 것의 의미를 아는 것이 그렇게 쉽다면 우리 사회가 어두운 일로 물들여질 일은 없겠지. 괴물 같은 자본주의는 우리를 실상에서 멀어지게 하고 대체품, 물질과의 관계에 한정 짓게 했고 사람에 대한 애정은 줄어들게 되었다. (사실상 이 영화의 주인공도 돈이 없었다면 조금의 숨을 쉬는 것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도 우리에겐 영혼이 정말 아름다운 "special one"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 영화에 나오는 시한 부 인생의 암 환자들이나 곳곳의 장애인들, 가진 것 없는, 그러나 마음만은 누구보다 넉넉한 이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이가 꽃다운 나이 18, 19살 즈음에 죽어가는 것은 영화 속 대사에 나오는 것처럼 너무나 "unfair"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 짧은 인생을 사고 떠나가는 영혼들을 신은 기억할 것이다. obliviation(망각)이 모든 이에게서 자신을 지워버릴 것이라고, 그것이 가장 두렵다고 한 주인공이었지만 그가 했던 모든 행적들은 분명 이 땅에 쓰일 것이다.

 영화의 제목에 대해 영화 보는 내내 생각했다. fault......fault..... 우리 별에서 일어나는 잘못이 무엇일까? 그것은 영화를 보고 있는 나에게 있을 거라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너무나 소중한 삶의 조각을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내팽개치고 사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숨 쉬듯이(이런 경구조차 누군가에겐 불가능한 일이다.)하고 있는 많은 행위들이 어떤 이에겐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일일 수도 있다. 인생에 대해 이룰 것이 없다고 여기는 것은 또 얼마나 서글픈 일일까. 극 중의 소설가처럼 모질게 세상에 대해 말하는 것이 삶의 전부는 아닐찐대 말이다. 난 오늘 또 살아있음에 죄스러움을 느꼈다. 내가 지금 제대로 살고 있지 못해서 그랬던 것 같다. 모두들 영혼의 맑음을 회복할 수 있길 빈다. 시한 부 인생을 사는 이들의 정열을 보고 내 인생을 잘 살아보겠다고 하는 의지가 생겼다고 하면 내 죽음이 가벼워 보이냐고 그 인물들이 화를 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만큼 마음이 넓고 쾌활한 사람들이니까 재밌게 봐주겠지. 

 영화 하나로 인해 닫힌 마음이 조금 열리고, 우울함이 어느 정도 가셨던 것 같다.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즐거운 영화였다.

2014년 8월 25일 월요일

소녀의 외침


 이 세상의 법치가 제대로 되어 있다면, 잘못한 사람은 죄의 값을 응당 치루기를 기다려야 하고, 피해자에게는 평생 씻겨내지 못할 상처에 대한 일말의 보상이라도 주어져야 한다. 물론 그 보상이 한낱 돈은 아니어야 한다. "왜요?왜 사과 받는데 저는 도망다녀야 해요?" 가족도 경찰도 어떤 어른도 믿을 수 없게 된 공주의 선택은 결국 이 사회가 만들어낸게 아닐까. 한 사람의 인생을 짙밟는데에 어떠한 가책도 느끼지 않는 세태, 그리고 그것을 바라만 보며... 지나가는 가십의 하나로 대하는 우리들. 엔딩의 동영상을 보며 전화를 받지 못하는 친구의 모습이...나의 현실일 것이다. 이 새벽에 이 영화를 보니 너무나 마음이 먹먹해진다. 이것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더욱 마음 아프다. 오늘 또 어떤 불쌍한 영혼이 거리를 떠돌고 있을까? 부끄러운 세상이다. 정말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진다.

2014년 8월 20일 수요일

오늘은 8월20일

 일련의 사건들... 마치 영화의 스토리를 보는듯이 신문의 일면은 물흐르듯이 몇 달 새에 이어져왔다. 유병언의 사망 발표-그 아들의 체포-여야 '세월호특별법'협상-유가족의 저항(그것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이 이어지는 가운데 교황의 방문-세월호특별법 재합의.... 곁다리로 임병장에 이은 군에서의 잇따른 가혹행위 관련 사건들, 거기에 관련된 남경필 아들의 군대내에서의 행각, 그에 이은 그의 이혼소식 등....
 위에서는 나라를 잠재우려고 하고 밑에서는 그 말도 안되는 독선에 치를 떨며 고개를 돌리거나 욕을 한다. 평화의 상징이라는 교황이 왔다갔지만 뭐가 변하는 게 있을까? 그런 것도 또 하나의 이슈로 치부되고 끝날뿐인 현실. 진실을 가늠할 수 없는 세태에 살고 있다. 뉴스를 봐도 새로울 것도, 희망적인 것도 없이 그냥그냥 넘어가는... 내 이웃에게는 좋은 일이 있었으면, 우리 사는 공동체엔 밝은 웃음만 넘쳤으면 하고 바라지만 돌아오면 그저 다음 날 또 일에 치여 다른 건 보지 못할 우리가 있을 뿐이다.
 갈 수록 염세에 빠지게 된다. 도저히 10년 후의 미래를 건전하게 희망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난 저 기성세대가 뭔가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을 수가 없다. 믿고 밀어주려 해도 어느샌가 그들은 어디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제발 무기력에 빠지게 하는 현실말고 절로 달려나가고 싶게 하는 현실에 살고 싶다.